여행을 다녀온 후 지인이 이런 질문을 했다.
"겨울에 스페인이랑 포르투갈 여행 어때요?"
나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스페인은 너무 좋아요! 음... 포르투갈은... 괜찮았어요.
워워~ 혹시라도 겨울 포르투갈에 빠진 분은 한 번만 눈감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대답한 이유를 하나하나 설득력 있게 설명해 보겠다. 아! 물론, 봄, 가을이 여행하기는 가장 좋다. 이 글은 철저히 여름/겨울 중 선택해야 했을 때의 이야기다.
1. 겨울 스페인이 좋은 이유
1) 그리 춥지 않은 날씨
7월 그라나다 날씨다. 보이는가? 40이라는 숫자들이!
특히 안달루시아 지역(그라나다, 론다, 세비야 등)은 한여름에는 40도는 훌쩍 넘는 엄청난 기온을 자랑한다. 물론 유럽 여름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습하지 않아 견딜만하다고는 하지만, 정말 태양이 '작열'한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탈 것 같은 뜨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에 '시에스타'가 왜 있을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겨울은 물론 쌀쌀할 때도 있지만, 여행을 방해할 정도로 춥진 않다. 준비만 잘 해간다면 오히려 한낮에는 딱 걸어 다니기 좋을 정도의 선선함이다. 활발한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더 발목 잡히지 않을 날씨라고 생각한다.
2) 적절히 많은 관광객들
스페인의 여러 도시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에 굉장히 인기기 많다. 유럽에서 여름 휴가를 스페인으로 오는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물가나 숙박을 비교해 보면 여름보다 겨울이 살짝 더 저렴하다.
그렇다고 너무 사람들이 적으면 괜히 섭섭하다. 낯선 곳은 너무 고요하거나 사람이 없으면 무섭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스페인은 겨울에도 적절히 관광객들과 사람들이 많아서 적당히 붐비는 느낌이 든다. 음식점에도 사람이 적당히 많고, 예약도 적당히 부지런하면 된다.
3) 오렌지가 주렁주렁
사실 이건 개인 취향인데,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은 오렌지 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 탄약의 주 재료가 오렌지여서 가로수로 오렌지를 많이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렌지 나무 자체를 잘 보기 힘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황색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가로수를 보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제주도 사람은 빼고!) 별 관광지가 없어도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가득하다.
+) 겨울이라 아쉬운 점
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약간 아쉬운 점들은 물론 존재한다.
- 바닷가에 발달한 도시(말라가, 이비자 등)들은 그 도시만의 맛이 살지 않는다. 겨울에는 해안 도시는 추천하지 않는다.
- 캐리어가 무겁다.
- 크리스마스나, 연말이 포함되어 있으면 휴가를 떠난 상점들이 꽤나 많다.
- 납작복숭아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겨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너무 아쉽다.
2. 겨울 포르투갈이 아쉬웠던 이유
물론 여름 포르투갈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먼저 가장 친한 친구가 포르투갈을 여름에 방문해서 귀동냥으로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점을 토대로 하나씩 써보도록 하겠다.
1) 여름이 그렇게 덥지 않음 + 비가 자주 옴
포르투갈의 여행 성수기는 여름/겨울 중 압도적으로 여름이다. 왜냐하면 여름도 그다지 덥지 않기 때문이다. 낮 평균 기온이 25 º 정도로 적절하다. 실제로 유럽을 가고 싶은데, 여름이라 더위가 두려운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여행지가 바로 포르투갈이다.
추가로, 포르투갈은 여름에 비해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편이다. 물론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 겨울에 비가 좀 더 많이 오는 편이긴 하지만, 굳이 여름처럼 비도 안 오고 좋은 날씨를 두고, 비가 자주 오고 흐릴 가능성이 더 많은 겨울을 선택해서 올 필요가 있을까 싶다. 실제로 포르투갈에 9일 정도 머무는 내내, 하루 종일 맑았던 날은 2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장마처럼 비가 집중적으로 많이 오진 않지만, 나는 운이 좋았는지(?) 비가 오는 날에 당첨된 날이 더 많았다.
2) 거리가 썰렁하고, 조금 무섭기도 함.
포르투갈은 인구 밀도가 높지 않다. 게다가 리스본이나 포르투는 스페인에 비해 골목이 덜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리스본이나 포르투 같은 수도나 큰 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골목에 조금만 들어가면 조금 무섭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포르투의 루이스 다리 주변 골목은 약간 폐허 같은 곳들도 있었다. 게다가 관광객들도 겨울에 많이 없으니 밤에는 치안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꺼림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은 밤늦게까지 여는 식당들도 많고, 거리가 항상 북적북적했던 것과 다르게, 포르투갈의 도시들은 밤이 무섭다는 느낌이 종종 들었다.
우리가 여행 중 느꼈던 분위기를 똑같이 느낀 유튜버가 있어서 소개한다. '소풍족'이라는 유튜버의 <포르투>편인데, 너무 공감되는 영상이었다. 겨울 포르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ZERkIBZKk4g
이 영상 외에도, 여름에 포르투갈을 다녀온 친구와 대화를 나누어 보면, 내가 느낀 포르투갈과 친구가 느낀 포르투갈이 사뭇 다르다는 것이 많이 느껴졌다. 친구는 정열과 열정적인 포르투갈을 느끼고 온 듯했다.
3)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가 많음
포르투갈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포르투는 왼쪽에 바다가 자리한 길쭉한 나라다. 그래서 해안가에 접한 도시들이 많고, 동굴 탐험, 아름다운 해안절벽 등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간직한 나라다. 하지만 겨울에 방문하면 그 맛이 살지 않을뿐더러, 많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실제로 포르투갈 '알부페이라'의 [베나길 동굴]이 너무 멋져 보였는데,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관광지 같아서 포기했다. 내가 혹평을 했던 '파루'도 친구는 굉장히 활기차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평가했다.
+) 겨울이라 좋은 점
물론 좋은 점도 있다.
- 성수기가 아니기 때문에 관광지, 음식점이 여유롭다.
- 비 오는 포르투갈의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다.
- 야경, 노을을 더 이른 시간에 볼 수 있다.
3. 정리
어쩌면 내가 말한 단점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일 수도 있고, 내가 말한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최고의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이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다면 언제든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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